제목 | "심평원에 찍히면 본전도 못 건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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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애항 |
작성일 | 2005-10-31 10:59:18 |
“절대 병원 이름 안 나가는 거죠? 익명처리 해주셔야 돼요”, “답변해 드리기 곤란한데…나가봐야 좋을 것 있나요”, “심평원에게 찍히면 본전도 못 건져요”.
이는 최근 기자가 건강보험공단의 원외처방약제비 환수와 관련, 각 병원의 고충을 듣기 위해 만난 일부 병원 관계자들의 답변 전제 조건이다.
공단 자료에 따르면 의약분업이 시작된 2001년 이후 심평원이 전국 병의원들로부터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액으로 걷어 들인 금액은 올해까지 약 500억여 원대에 이를 것으로 파악된다.
“혹여 실수가 있었을지는 몰라도 결코 양심을 걸고 부당한 청구는 없었다”는 병원들 입장에선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일선 대학병원 교수들은 “약에 환자를 맞추는 역기능마저 우려 된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즉,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을 더 써야하는 상황임에도 불구, 천편일률적인 잣대로 들이대는 심평원의 심사 기준 때문에 소신 있는 진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학병원 교수들은 “약을 더 처방했다고 의사가 돈을 더 버는 것도 아닌데 이를 다른 정당한 진찰료에서 환수하는 것은 불합리한 통제”라고 지적한다.
각 병원 보험심사팀은 가장 환수 조치가 많은 알부민, 소말젠, 크리돌 등의 품목에 대해 교수들에게 처방에 주의해 줄 것을 당부하는 교육까지 실시하고 있는 실정.
병원계는 그동안 원외처방약제비에 대한 의료기관 환수제도에 대해 수차례 문제 제기를 해왔고 심평원 역시 재심사조정 청구제도 등을 마련,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실제 심평원에 따르면 최근 재심사조정 청구건수는 월 평균 15.3%씩 증가하고 있는 반면 이의신청건은 월 평균 12.6%씩 차츰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심평원은 지난 7월부터 \'고객을 찾아가는 SMS 메일링 서비스\' 등을 실시하며 고객만족경영혁신을 표방하고 나섰다. 심평원은 CS 혁신기본방향으로 △고객 요구의 균형있는 수렴 △고객중심의 업무패러다임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여기서 기자는 심평원에 대한 각 의료기관들의 신뢰가 얼마나 형성됐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각 병원 관계자들이 앞서 거론한 바대로 ‘심평원에게 찍히면 좋을 것이 없다’는 인식을 여전히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원외처방 약제비 환급액 등 명확한 자료를 공개하면 마치 병원이 부도덕한 것으로 오해되는 것도 부담스럽지만 무엇보다 어느 병원인지 금방 알아 챌 심평원이 해당 병원에 대해 삭감율을 높이는 등 가만 두지 않을 것이란 것이 병원 관계자들의 솔직한 전언이다.
물론 이는 각 병원들의 얄궂은 신세한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불합리한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심평원의 이 같은 고객만족서비스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의료기관들은 정부 기관이 권위적 행정에서 벗어나 보다 융통성 있는 자세로 의료현장의 목소리가 담긴 표준지침을 만들어 주길 기대하고 있다. 심평원은 고객만족서비스를 내세우기에 앞서 각 의료기관들과 진실된 신뢰관계를 회복하려는 모습부터 보여 주는 것이 급선무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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