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환자가 감당하는 치료역할 - 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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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애항 |
작성일 | 2005-10-12 11:32:28 |
젊은 남자분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진료실에 들어오셨다.
항문외과를 전문으로 하다 보니 정말로 급박한 환자분들의 표정은 금방 알아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이 분같이 엉거주춤한 자세에 간절하면서도 아주 괴로워 보이는 표정이 대표적이다.
문진을 해 보니 다른 항문전문 병원에서 치질로 수술을 받은 지 일주일이 된다 하셨다. 느낌은 변이 금방 나올 것 같으면서도 아래가 묵직한게 엉덩이에 바위 하나를 매달고 있는 기분인데 대변을 보지 못하여 심히 괴롭고 무엇보다 통증을 견디기 힘들다고 하셨다.
항문 수술을 받은 후의 조기 합병증은 통증, 배뇨곤란, 배변곤란, 출혈 등을 들 수 있는데, 통증의 경우는 요즈음 그다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수술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무통주사기(PCA라고 한다.)의 사용으로 술 후 통증은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배뇨곤란은 간혹 있을 수 있으나 척추마취의 일시적 후유증이거나 술부와 연관된 반사통으로 인해 오는 것이기 때문에 일과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출혈은 상처에서 소량 스며나오는 정도의 경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경우를 제외하면 수술 직후 출혈과 지연성 출혈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수술 직후 출혈의 경우는 아무래도 수술시 충분한 지혈조작이 되지 않았을 때문일 것이고, 지연성 출혈의 경우는 뚜렷한 원인이 없이 오는 경우가 많다. 어떠한 경우이든 피설사 수준의 출혈이 있을 때는 즉시 수술 받은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항문수술을 받은 환자분들 중 꽤 많은 분들이 배변 곤란을 호소하는데 필자는 그래서 항문수술을 받은 분들에게 이 점에 관하여 늘 강조를 한다. “대변 보는 것에 대한 공포심을 가지면 그 공포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항문수술을 받은 환자가 가장 신경 써야 할 것 중 하나가 “열심히” 먹는 것이다. 그래야 조기에 쾌변을 하고 정상생활로 빠르게 돌아갈 수 있다. 수술 받은 부위가 자극 받을 것을 우려하여 음식섭취를 소극적으로 할 경우에는 의외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것이다.
배변 곤란으로 필자의 진료실을 찾은 그 젊은 남자 환자분도 그렇게 되어서 온 것이다. 검진을 해 보니 직장 내의 분변매복상태로 약물관장에 의한 배변이 곤란할 지경이어서 finger-enema라는 수단을 통하여 변을 파낸 후 장세척을 시행하여 문제를 깨끗이 해결해 드렸다. 그 분은 병원을 나서며 무척 만족해 하시며 연신 고맙다고 하셨다.
모든 질병의 치료에 있어서 아무리 수술 기술이 발달하고 약이 좋아진다 하더라도 정작 환자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치료역할은 반드시 있다. 이 역할을 잘 감당하면 심각한 후유증이나 수술 후의 불편을 많이 줄일 수 있고, 또 그 질병으로부터 조기에 사회복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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